물이 살다 간 자리
"이종암의 시는 따스하고 브드럽다. 감성과 지성의 균형감각도 돋보인다. 우리의 전통적인 정서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 그의 시들은 그 서정의 중심에 '한'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으며, '보다 나은 삶 꿈꾸기'로서의 노래들이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기도 하다.
이종암 시의 원천에 있는 것이 불교적 상상력 같은 것은 아닐까. 이것은 그의 시집에 절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거나 <니는 뭐꼬>처럼 간화선의 일순간이 포착된 작품이 있어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덧없이 사라지는 삶과 존재의 바다에서 다채롭게 건져올린 그의 언어적 영상들은 본질적으로 연기적이고, 그런 점에서 인상주의적이다. 그의 많은 시들이 동사의 종결어미로 마감되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 떄문이 아닐까. - 염무웅(문학평론가, 영남대 교수) -
이종암 시의 주된 관심사는 '푸르다'라는 형용사이다. 이 시집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 중의 하나는 그 푸른 기운을 따라가 보는 것이다. 그러면 세월의 두께, 혹은 시간을 견디는 것들에 대해 시인이 얼마만큼 끈질기게 응시하고 있는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는 <겨울산과 아버지>라는 시를 특히 좋아한다. 얼움이 못을 꽉 물고 있다는, 금간 얼음 속에서 겨울산이 솟아난다는! 그 진지하고 푸른 시 정신이 경외감을 갖게 한다. - 안도현(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