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보다 더 쓸쓸한 하루
"간결하고 은유와 풍자와 페이소스가 있어 황폐해가는 삶에 윤기를 더해주는 80여편의 작품이 수록된 류석우 시인의 열 다섯번째 시집이다. 열다섯 번째 시집에는 무려 80여편의 주옥같은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200자 원고지 2매 이내에 들어오는 짤막한 시구들은 하나도 버릴 데가 없는, 이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과도 같다.
판화처럼
에디션만 다를 뿐
똑같은 그림이듯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풍경으로 남는
그런 사랑이고 싶다.
숨지 않았음
내가 숨은 것이 아니다.
네가 가면서
모든 것이 뒤에 남는 것이다.
그때부터 서로 다른
밤을 맞고
다른 햇살, 바람 속을 가는 것이다.
서로는 숨은 적이 없었지만
가는 길이 달라 보이지 않은 것뿐,
등대고 걸었기에
낮과 밤이 달랐을 뿐.
한번도 숨은 일이 없는
청명한 시간을 모르고 떠났을 뿐….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