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눈의 물고기
"좋은 얼굴이 되고 싶다, 라고 문득 생각했다. 기지마 스케치북에 그려지는 내 얼굴이 예뻐지면 좋겠다. 눈이나 코나 입 같은 것만이 아니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표정, 표정이 만들어내는 마음. 더 예쁜 마음을 갖고 싶다. 기지마가 그림 그리는 추운 세계 속에서 쨍 하고 환히 빛나는 좋은 얼굴이 되고 싶다.
“진지해지는 게 두려웠어. 진지하게 하면 그 결과가 나와. 자신의 한계를 봐야만 해.”
이렇게 말하는 기지마 사토루. 아버지의 부재, 무언지 모를 허무로 가득한 일상, 만년 후보 골키퍼, 그리고 유일한 즐거움인 그림 그리기가 전부인 그. 하루하루가 무심하게 흘러가던 그에게 새로운 모티프가 생긴다. 무라타 미노리. 일러스트 만화가인 삼촌에게만 푹 빠져 사는 무라타는 자신이 세상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었다고 생각한다. 가족에게도 애정을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삼촌의 아틀리에를 낙원 삼아 도망치던, 뾰족한 여자아이. 그녀에게 기지마의 시선이 닿는다. 그리고 그녀를 그리는 기지마의 손끝으로 첫사랑은 아프게 찾아온다. 그러나 베일에 싸인 카페 여종업원의 등장과 기지마의 축구시합, 여동생의 가출 사건이 얽히면서 이 둘은 예기치 못한 이별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