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의 품에 안겨
"일련의 시들을 읽다보면, 형식과 내용 면에서 자유분방한 오늘날의 현대시와는 사뭇 다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원인과 결과를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으리라 본다.
첫째, 동원되고 선택된 시어가 잘 쓰이지 않는 한자어가 많고, 일부는 역학이나 풍수지리 등과 관련된 용어들이 적지 않아 요즈음 젊은이들에겐 생소하게 느끼게 할 것이고, 이 분야에 조예와 관심이 있는 이들에겐 깊이를 더해 줄 것이다.
둘째, 시인의 정서적 반응의 한 요소인 감정이나 사유의 결과가 4.4調라는 우리의 옛 가락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점은 시어 선택과 문장구조상의 상당한 제한을 주기 때문에 표현자에게는 그만큼 신경을 더 쓰게 하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동시에 독자들에겐 임의로 상상을 하면서 읽는 것보다 겉으로 드러난 리듬에 따라 소리내어 노래하듯 읽어서 흥을 느낄 것이고, 또 표피적으로 드러난 문장의 의미를 중심으로 이해하면 되는-그만큼 이해가 쉽고 복잡하지 않은- 의미해독 상의 당순한 시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어떤 대상에 대하여, 그러니까 작품의 소재나 제재에 대하여 시인 개개인의 자유로운 느낌과 상상으로 아주 구체적인 묘사 내지는 표현을 통해서 즐기는 현대시를 읽는 맛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딱 짜여진 정형시가 주는 흥이 있으되 절제되고 통제된 균형감을 안겨주리라 본다."